로즈뱅크(Rosebank), 영광스러운 옛 로우랜드 위스키의 복원
Rosebank Distillery
18세기에 해당하는 빅토리아 시대에 로우랜드(Lowland)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남부 지역은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하기에 매우 이상적인 장소였다. 섬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영국 어디로든 쉽게 뻗어나갈 수 있었으며, 철도를 통하여 위스키 생산에 필요한 보리를 용이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특히 에든버러와 글래스고를 연결하는 포스 & 클라이드 운하는 사람과 물품을 운송하는 데 있어서 매우 큰 역할을 지니고 있었다.
1798년, 스타크(Stark) 가족이 포스 & 클라이드 운하 인근 폴커크(Falkirk)에 위치한 거대한 부지에 증류소를 설립하고 증류 활동을 벌였다. 1827년, 형제 중 한 명인 존 스타크(John Stark)가 사업을 물려받고 운하 서쪽 기슭의 한 부지에 카멜론(Camelon) 증류소를 설립했다. 1837년, 존 스타크가 사망하고 "Gunn & Co."가 증류소를 인수한 뒤 운하 건너편에 위치한 카멜론의 몰트 제조 공장을 지역 식료품점 주인이자 와인 상인이었던 제임스 랜킨(James Rankin)에게 매각했다.
1840년, 제임스 랜킨은 이 오래되고 허름한 몰트 제조 공장을 개조하여 로즈뱅크(Rosebank)라는 이름의 증류소를 설립했다. 그의 운영 아래 로즈뱅크 증류소는 빠르게 성장했으며, 1845년에는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느끼게 된다. 1861년, 그는 파산한 카멜론 증류소를 인수하여 대부분의 건물을 철거하고 몰트 저장고만을 남겼으며, 그 자리에 새로운 몰트 제조 공장을 건설했다. 여기서 생산된 몰트 대부분은 다리를 통해 건너편의 로즈뱅크 증류소로 운반되었다.
1860년부터 제임스 랜킨을 대신해 아들 로버트 랜킨(Robert Rankin)이 로즈뱅크 증류소를 이끌어 나갔다. 1864년, 위스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생산 용량이 한계에 다다르자 로즈뱅크 증류소는 약 4년간 재건축에 들어갔다. 1868년, 로즈뱅크 증류소의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1880년대 후반에는 약 230만 리터에 달하는 알코올을 창고에 보관했고, 1890년대에는 로우랜드 위스키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1894년, 로버트 랜킨은 첫 번째 주식을 발행하여 약 12만 파운드의 자본을 확충하고 "Rosebank Distillery Ltd."를 설립했다. 지분의 절반은 로버트 랜킨이 소유했으나, 1897년 두 번째 주식을 발행하면서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900년경 발생한 "Pattison's Ltd."의 파산은 위스키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고 로즈뱅크를 소유한 랜킨 가문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인력 부족과 보리 공급 제한 문제로 인해 스코틀랜드의 많은 증류소들이 문을 닫거나 청산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Distillers Company Limited"는 이들을 인수 & 합병하여 스카치 위스키 산업을 통합해 나갔고, 이후 빠르게 확장되는 회사에 질서를 가져오기 위해 자회사인 "Scottish Malt Distillers Ltd."를 설립하여 통제했다. 랜킨 가족도 사업체를 "Distillers Company Limited"에 매각하면서 로즈뱅크 증류소는 "Scottish Malt Distillers Ltd."의 창립 멤버 중 하나가 되었다.
1925년, 힘든 시기를 견뎌내기 위해 "Scottish Malt Distillers Ltd."가 "Distillers Company Limited"에 완전히 편입되었으며, 로즈뱅크 증류소는 "Distillers Company Limited"가 소유한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를 위한 로우랜드 몰트의 주요 공급업체로 수십 년간 꾸준히 운영되었다. 특히 인구가 많고 원료인 보리를 용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로우랜드에 위치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증류소는 폐쇄되지 않고 계속해서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었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블렌드로서 사용되던 로즈뱅크의 몰트 위스키는 1970년대 중반부터 이탈리아 시장을 위해 싱글 몰트 형태로 산발적인 병입이 이루어졌다. 특히 1980년대에 병입 된 제니스 임포트(Zenith Import)의 언블렌디드 싱글 몰트 병입들은 후에 전설적인 보틀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된다.
1986년 “Guinness” 소유의 “Distillers Company Limited.”가 “Arthur Bell & Sons Ltd.”를 합병하면서 이듬해 “United Distillers”가 설립되었다. 이듬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6가지의 위스키로 이루어진 클래식 몰츠(Classic Malts) 제품군을 출시했는데, 로즈뱅크는 선택받지 못했고 글렌킨치(Glenkinchie)가 선정되었다.
1988년, 로즈뱅크 증류소는 태연하게 몰트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었고, 8년 숙성의 공식 병입 제품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위스키 산업 전반에 발생한 공급 과잉과 수요의 감소는 로즈뱅크도 피해 갈 수 없었으며 결국 재고가 쌓이게 되었다. 이후 재정적인 문제로 옛 카멜론 증류소 부지에 설립했던 몰트 공장은 매각되어 레스토랑으로 재개발되었다.
1991년, "United Distillers"는 잘 알려지지 않은 증류소들을 소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플로라 & 파우나(Flora & Fauna) 시리즈를 출시했고, 로즈뱅크가 여기에 포함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너무 늦은 일이었다. "United Distillers"는 로즈뱅크를 살리느냐 글렌킨치를 살리느냐 선택의 기로에 섰고, 결국 1993년 증류소 유지보수 비용 및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고려하여 로즈뱅크 증류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한다. 2002년, 증류소 건물을 포함한 부지 전체를 "British Waterways"에 매각했으며, 몰트 저장고는 주택 개발을 위한 길을 조성하기 위해 철거되었다.
증류소의 폐쇄 이후 많은 캐스크가 위스키 시장에 흘러들어 갔는데, 독립 병입자들이 뛰어난 품질의 로즈뱅크 위스키를 싱글 몰트로 병입 하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로즈뱅크 증류소의 부활이 논의되곤 했으나 폐허가 된 증류소 건물에 도둑이 들어 원본 증류기가 도난당하는 사고가 일어나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위스키 붐이 다시 한번 일어나게 된다. 포트 엘런(Port Ellen)과 브로라(Brora) 등의 제품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으며 폐쇄된 증류소의 부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2017년, 글렌고인(Glengoyne)과 탐듀(Tamdhu)를 소유한 증류 업체인 "Ian Macleod Distillers Ltd."가 "United Distillers"의 후신인 "Diageo"로부터 로즈뱅크의 상표권을, "Scottish Canals"로부터 해당 부지를 인수하여 새로운 로즈뱅크 증류소를 설립을 발표했다. 옛 로즈뱅크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원본 증류기의 설계도를 활용하여 새롭게 제작했고, 삼중 증류 방식을 채택했으며, 리필 버번 캐스크의 사용을 중점적으로 두었다.
새로운 증류소 완공까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Ian Macleod Distillers Ltd."는 가지고 있던 오래된 로즈뱅크 배럴을 레거시 릴리즈(Legacy Release)라는 이름으로 병입 하여 시장에 출시했다. 2023년 7월, 길다란 옛 굴뚝을 보존한 새로운 로즈뱅크 증류소가 완공되면서 즉시 증류에 들어갔으며, 이듬해 7월에 방문객에게 공개되었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