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기리(Glen Garioch), 하이랜드 동부의 오래된 위스키 증류소
Glen Garioch Distillery
18세기 후반, 근면하기로 소문난 맨슨(Manson) 가문은 농장을 운영했으며 몇몇은 애버딘셔(Aberdeenshire) 지방의 상인으로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가문의 일원이었던 존 맨슨(John Manson)은 와인 생산자였던 삼촌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음료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자 했고, 1797년경 불과 27세에 불과하던 그는 예로부터 우수한 품질의 보리를 재배해 온 이 올드 멜드럼 지역에서 증류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외곽에 위치한 여러 양조장과 제혁소 건물을 통합했다. 4년 뒤, 그의 동생인 알렉산더 맨슨(Alexander Manson)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글렌 기리(Glen Garioch) 증류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Thomas Simpson"이 경영권을 인수했고, 1825년에는 "Ingram, Lamb & Co."가 글렌 기리 증류소를 인수했다.
1837년, 맨슨 가문의 일원이었던 존 맨슨이 그의 아들과 함께 "John Manson & Co."를 설립하고 글렌 기리 증류소를 다시 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증류소만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가족 전통의 사업인 제혁소와 코담배 공장 그리고 그 지역의 광활한 토지를 경영하는 일종의 영주 역할을 맡기도 했다. 1860년대에 증류주법(Spirits Act.)이 제정되어 세금을 내기 전에 다양한 증류소의 위스키 원액을 혼합하는 것이 합법화되면서 글렌 기리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는 여러 블렌더들에 의해 드레서(Dresser)로 활용되었다.
1865년, 카메론브릿지(Cameronbridge) 증류소의 존 헤이그는 포트 던다스(Port Dundas), 캠버스(Cambus), 글레노칠(Glenochill), 카스브릿지(Carsebridge), 커클리스톤(kirkliston)을 포함한 약 8개의 그레인 위스키 증류소들과 힘을 합쳐 카르텔을 형성했다. 1877년, 이 카르텔은 "Distillers Company Limited"로 발전했고, 스코틀랜드 내에서 위스키 독점권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앤드류 어셔(Andrew Usher), 존 크라비(John Crabbie), 윌리엄 샌더슨(William Sanderson)을 포함한 상인 및 블렌더 그룹은 힘을 모아 노스 브리티쉬(North British) 증류소를 설립하고 "Distillers Company Limited"에 대항했다.
1884년, "John Manson & Co."는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글렌 기리 증류소의 운영을 끝마치고 리스(Leith)에 위치한 주류 상인인 "JG Thompson & Co."에 사업을 매각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리스의 블렌더이자 노스 브리티쉬 증류소의 공동 소유주였던 "William Sanderson & Sons"는 위스키 붐에 편승하기 위해 "JG Thompson & Co."로부터 글렌 기리 증류소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회사는 노스 브리티쉬의 그레인 위스키 원액과 글렌 기리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 원액을 주 구성 요소로 하여 "Vat 69"라는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되면서 사업이 크게 번영했다.
1908년, 윌리엄 샌더슨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윌리엄 마크 샌더슨(William Mark Sanderson)이 회사를 계승했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이 국제 위스키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자 윌리엄 마크 샌더슨은 인수 & 합병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글렌 기리 증류소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하지만 뒤이어 대공황이 터지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어 갔고, 자사 블렌디드 위스키의 판매량 감소는 재정적인 위기로 다가왔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29년에 윌리엄 마크 샌더슨이 사망하자 그의 아들인 윌리엄 케니스(William Kenneth)는 파산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William Sanderson & Sons"를 "Booth's Distilleries Ltd."에 완전히 매각했다.
1937년, 금주법이 폐지된지 3년이 지났지만 위스키 판매량은 여전히 부진하게 되면서 "Booth's Distilleries Ltd."은 청산을 피하기 위해 "Distillers Company Limited"에 합병되었고, 글렌 기리 증류소는 자회사인 "Scottish Malt Distillers Ltd."에 편입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생산량이 2/3로 줄어들었으며, 1943 ~ 1944년 사이에 가동이 중단되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증류소는 빠르게 문을 열었지만 곡물 부족 문제로 생산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초반, 글렌 기리 증류소의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Distillers Company Limited"는 블렌딩 요구 사항에 따라 강한 피트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는 증류소로 브로라(Brora)와 함께 고려되었다. 하지만 1968년 발생한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회사는 자신들의 생산 조건을 만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글렌 기리 증류소를 폐쇄하고 브로라(Brora) 증류소를 재개장했다.
1970년, 보모어(Bowmore) 증류소의 소유주이자 글래스고의 위스키 브로커인 "Stanley P. Morrison Ltd."가 글렌 기리 증류소를 인수하고 생산을 일부 재개했다. 1972년, 회사는 조 휴즈(Joe Hughes)를 관리자로 임명하여 수원을 찾도록 했고, 결국 이웃 농장에서 샘이 발견되면서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듬해 글렌 기리 증류소를 개보수하면서 증류기를 4개로 늘렸으며, 그해에 글렌 기리의 몰트 위스키를 싱글 몰트로 처음 병입하여 시장에 출시했다. 1978년, 증류기가 한 쌍을 새로이 설치하였으며 증류소에 플로어 몰팅을 도입했다. 1982년, 기존의 석탄 직화 방식에서 직접적인 가스 연소 방식으로 전환했다.
Stanley P. Morrison Ltd. (Morrison Bowmore Distillers Ltd.)
- Glen Garioch Distillery
- Bowmore Distillery
- Auchentoshan Distillery
1989년, 모회사인 "Stanley P. Morrison Ltd."의 지분 35%를 인수한 일본의 "Suntory"는 1994년 나머지 지분을 완전히 인수함으로써 증류소 세 곳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모리슨 가족은 증류 사업에서 손을 뗀다. 플로어 몰팅 시설은 폐쇄되었으며 이듬해 증류소가 문을 닫는다. 1997년에 문을 다시 열었지만 피티드 몰트 사용이 완전히 중단되었고 논피티드 몰트만을 사용해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9년, 증류소 보수와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싱글 몰트를 전문으로 하는 위스키 증류소로 탈바꿈했다. 2014년, 빔(Beam) 증류소를 소유한 "Beam Inc."가 "Suntory Holdings"와 합병되면서 "Beam Suntory"가 탄생했다. 2024년, "Suntory Global Spiritis"로 변경된 회사는 글렌 기리 증류소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다양한 증류소를 소유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증류소는 "Percock" 언덕에 위치한 "Coutens Spring"으로부터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끌어와 사용한다. 1993년에 플로어 몰팅이 중단되었으며, 1995년까지 페놀 수치 약 8ppm 수준의 피티드 몰트가 사용되었다. 현재는 대형 몰팅 시설인 심슨스 몰트(Simpson's Malt)로부터 전량 논피티드 몰트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량의 피티드 몰트를 활용하여 실험적인 배치를 생산하기도 한다.
- Non-Peated Malt / Simpson's Malt
배치 1회당 약 4.4톤의 몰트가 포르테우스(Porteus) 강철 롤러밀에 의해 제분된다. 이후 당화조로 펌핑된 몰트는 세 차례에 걸쳐 뜨거운 물과 혼합되고 으깨지면서 약 7 ~ 8시간 동안 당화된다. 공정이 마무리되면서 달콤한 맥아즙(Wort)이 생성된다. 일주일에 약 18번의 매쉬(Mash)가 수행된다.
- 4T Full-Lauter Type Stainless Steel Mash Tun x1
- 63.5°C / 90°C / 95°C
발효조로 펌핑된 맥아즙은 원치 않은 박테리아 감염을 예방하고 효모가 활동할 수 있는 적정 온도까지 냉각시킨 뒤 남아프리카산 상업용 건조 효모(Dry Yeast) 약 28kg을 넣고 평균 약 50시간 동안 발효시킨다. 발효가 마무리되면서 알코올 도수 약 8%의 워시(Wash)가 생성된다.
- 30,000L(22,000L) Stainless Steel Washback x8
글렌 기리 증류소 내부의 스틸룸에는 워시 스틸 1개와 스피릿 스틸 2개, 총 3개의 구리로 이루어진 팟 스틸이 있다. 워시 스틸과 스피릿 스틸 모두 양파 모양과 짧은 목 그리고 환류구(Reflux Ball)가 없는 전형적인 하이랜드 스타일을 띠고 있다. 라인암(Lyne Arm)의 경우 둘 모두 급격한 하향식의 형태를 띠고 있어 기름지면서도 보다 두꺼운 바디감을 형성케 한다. 워시 스틸이 스피릿 스틸보다 길기 때문에 더 긴 시간 동안 구리와 접촉하면서 알코올 증기 안의 황(Sulfur) 화합물을 일부 제거한다. 덕분에 글렌 기리의 스피릿은 고기(Meat)스러운 캐릭터가 절제되어 나타난다.
- 25,000L Onion Shape Wash Still x1 / Indirected Gas Steam Coil / Shell-and-Tube Condenser
- 12,000L Onion Shape Spirit Still x1 / Indirected Gas Steam Coil / Shell-and-Tube Condenser
- 11,000L Onion Shape Spirit Still x1 / Indirected Gas Steam Coil / Shell-and-Tube Condenser
이중 증류 및 미들컷 과정을 거치면서 알코올 도수 약 72.5%의 뉴 메이크 스피릿 또는 뉴 팟이 수집된다. 연간 약 100만 리터 상당의 순수 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다. 뉴 메이크 스피릿 대부분 글래스고에 위치한 시설로 운송되어 알코올 도수 약 63.5%로 약간의 가수를 거친 뒤 주로 아메리칸 오크와 유러피안 오크에 통입된다. 이는 다시 증류소 부지에 위치한 더니지(Dunnage) 방식의 3층 숙성고 4개 동에 안치된다.
과거 글렌 기리 증류소가 설립된 이래로 생산된 몰트 위스키의 대부분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에 활용되었으며, 특히 "William Sanderson & Sons" 하에서 "Vat 69"의 핵심 키몰트로 활약했다. 1970년대에 "Stanley P. Morrison"이 글렌 기리 증류소를 인수하게 되면서 첫 싱글 몰트 병입이 이루어졌고, 일부 원액은 "Gordon & MacPhail", "Douglas Laing", "Samaroli" 등의 독립 병입자에 의해 산발적으로 병입 되었다.
1990년대에 발생한 인수 & 합병 문제로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한 글렌 기리 증류소는 이후 생산하는 몰트 위스키 전량을 싱글 몰트로 병입 하기 시작했으며, 몇 번의 코어 레인지 리뉴얼 과정이 있었다. 현재는 숙성 년수 미표기와 숙성 년수 표기 그리고 르네상스 제품군을 통해 냉각 여과 없이 병입하고 있다.
Review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