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네디안 위스키의 계보 VI : 시그램 컴퍼니(Seagram Company)
Joseph E. Seagram
1841년, 온타리오주 어퍼 캐나다(Upper-Candana) 뉴호프의 옥타비우스 오거스트 시그램과 아멜리아 스타일스 사이에서 태어난 조셉 엠 시그램(Joseph Emm Seagram)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성공회 성직자인 마이클 부머의 보호를 받았다. 그는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약 1년간 칼리지를 다닌 뒤 고향으로 돌아와 도끼자루 공장에서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임 회계사와 다투고 공장을 나와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한 그는 빌헬름 헤스펠러라는 사람에게 고용되었다. 빌헬름 헤스펠러는 잡화점과 지역에 곡물을 공급하는 제분소를 운영했는데, 그의 파트너인 조지 랜달(George Randall)과 윌리엄 루스(William Roos)가 제분소의 잉여 곡물을 활용하기 위해 "Waterloo Distillery"를 세워 알코올을 증류했다고 전해진다.
조셉 시그램은 헤스펠러의 조카딸에게 구애하여 결혼에 성공했고, 이후 스트랫퍼드 공장을 관리했다.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여 시그램은 성공적인 경영자임이 입증되었고, 헤스펠러와 랜달은 그에게 지분 일부를 매각하여 회사 이름이 "Seagram & Roos"로 변경되기까지 했다. 2년 후, 조셉은 윌리엄 루스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하여 회사는 "Joseph Seagram Flour Mill & Distillery Co."라는 이름의 개인 사업체가 되었다. 회사의 단독 소유주가 되어 통제권을 장악한 그는 다양한 브랜드의 위스키를 출시하면서 증류 사업에 박차를 가했고, 다른 사업 부문은 점차 축소되었다.
- Seagram's 83
- Seagram's Old Rye
- Seagram's White Feather
당시에는 캐나다에 거대한 증류업체들이 몇몇 존재했지만, 조셉은 캐나다 생산자 중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위스키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1890년대 초에는 직접 벌크 위스키와 기타 주류를 뉴욕과 시카고 그리고 디트로이트 등지로 운송하여 유통하기까지 했다. 1911년, "Joseph E. Seagram & Sons Ltd."가 법인화되었고, 그의 아들 에드워드 프로드(Edward Frowde)와 토마스 윌리엄(Thomas William)이 경영에 참여했다. 1913년, 토마스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조셉은 VO(Very Own)이라는 블렌드를 내놓았는데, 이 매력적인 블렌드는 이후 주력 위스키 브랜드가 되었다. 1919년, 조셉이 사망하고 에드워드 시그램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19세기 중반, "Joseph E. Seagram", "JP Wiser", "Gooderham & Worts", "Hiram Walker & Sons", "Henry Corby"와 같은 대형 증류업체들은 다른 모든 소규모 생산자들을 2류로 치부할 만큼의 상업적 규모를 달성하게 된다. 20세기에 들어서 캐나다의 국경 남쪽에서는 금주법안이 지방 의회에 맡겨져 통과되는 일이 파다했지만, 그 수명이 매우 짧았고 허점이 많아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캐나다 증류업체들의 주요 수출 시장은 미국이었고, 미국에서는 금주 운동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합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양이 점차 줄어들자 많은 증류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샘 브론프먼(Sam Bronfman)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1889년, 브론프먼(Bronfman) 가족은 러시아의 반유대주의 학살을 피해 캐나다의 매니토바주로 이주하여 장작 및 냉동 생선을 판매업을 시작했다. 예치엘의 아들인 새뮤얼 브론프먼은 위니펙에 자신의 호텔 “The Bell”을 운영하면서 주류가 수익성이 매우 좋은 아이템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1916년, 매니토바주에 금주법이 내려지자 샘과 그의 형 해리는 법령의 허점을 노려 합법적으로 위스키를 구매한 뒤 "Boozoriums"이라 불리는 일종의 창고를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면서 큰돈을 벌어들였다.
1920년, 미국에서 볼스테드법(Volstead Act.)이 제정되고 전국적으로 금주법이 시행되자 형제는 미국 국경에 맞닿아 있는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국경에 "Boozoriums"을 열고 미국 북부에서 생산된 럼을 가져와 판매했다. 하지만 1923년경 주정부가 주류 판매를 직접 통제하면서 이들은 자가 증류소를 설립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우선 “Distillers Corporation Ltd.”라는 회사를 설립한 다음 스코틀랜드의 “Distillers Company Limited”와 파트너쉽을 체결하여 여러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의 수입 독점권을 획득했다. 1923년, 브론프먼 가족은 위스키를 판매한 자금을 활용하여 미국의 "Greenbrier Distillery"를 매입하고 분해한 뒤 캐나다의 몬트리올로 운송하여 설치했다.
1928년, 온타리오의 에드워드 시그램으로부터 “Joseph E. Seagram & Sons Ltd.”와 산하 증류소인 “Sons of Waterloo”를 인수 & 합병하여 “Distillers Corporation-Seagram”으로 재편했다. 회사는 금주법이 폐지될 때를 기다리며 숙성 위스키 재고를 비축했고, 이후 큰돈을 벌어들이면서 사업은 번창해 나갔다.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된 이후 새뮤얼 브론프먼은 위스키 산업에 극단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악명 높은 갱스터들의 밀주에서 왕족의 세련된 술로 이미지를 변신시키기 위해 그는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여왕이 태어난 해에 "Crown Royal"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또한 그는 품질에 대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일종의 합격점을 그어 캐네디안 위스키가 지속적으로 좋은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1943년, 새뮤얼 브론프먼(Samuel Bronfman)의 "Joseph E. Seagrams & Sons"는 미국과 캐나다에만 총 7개의 증류소를 보유했으며, 1954년, 밴쿠버의 "United Distillers Ltd."를 인수한 그는 아들 찰스 브론프먼(Charles Bronfman)에게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일을 맡겼다. 1950년대부터 "Distillers-Seagram" 지분의 대부분을 지주 회사인 "Cemp Investments"를 통해 새뮤얼 브론프먼의 네 자녀가 소유하도록 했다. 1971년 새뮤얼 브론프먼이 사망한 후 에드가 브론프먼 시니어(Edgar Bronfman Sr.)가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1975년, 약 22개에 달하는 캐나다의 대형 증류업체들이 전 세계에 위스키를 공급하면서 황금기를 열었다. 일관된 품질과 다양성으로 무장한 캐네디언 위스키는 1980년대에 보드카와 같은 순백색의 증류주가 유행했을 때에도 빠르게 대응하여 전통적인 스타일의 위스키에서 더 가벼운 스타일의 위스키(Light Whiskey)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 버번 침체기(Glut Era)에 종지부를 찍고 조금 더 무거운 풍미의 브라운 스피릿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캐네디안 위스키의 지분이 점차 줄어들고 판매가 부진하면서 회사는 "Waterloo Distillery"를 폐쇄하고 "Crown Royal"의 생산을 "Gimli Distillery"로 이전했다. 1993년, "Waterloo Distillery"가 화재로 전소하여 증류소로서의 명을 다했다.
1994년, 아들인 에드가 브론프먼 주니어(Edgar Bronfman Jr.)가 회사를 물려받은 이래로 "Seagram"은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과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꾀하면서 주류 관련 기업을 비롯해 약 250개의 음료 브랜드를 우후죽순 인수했다. 2000년, 회사는 “Universal Studios”, “MCA”, “PolyGram” 등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인수하였으나,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과도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Seagram”은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의 미디어 회사인 "Vivendi"와 주식 계약 및 합병을 맺었고, 주류 관련 사업부는 쪼개져 "Pernod-Ricard" 및 "Diageo"에 인수 & 합병되었다. 나머지 자산은 부채를 갚기 위해 청산되면서 막강했던 "Seagram" 제국은 내리막을 걷게 된다.
2006년, "Pernod Ricard"는 인디애나주 로렌스버그에 위치한 이전의 "Seagram Distillery"를 폐쇄하려고 했으나, 이듬해 트리니다드 & 토바고에 본사를 둔 "CL Financial"가 이를 인수했고, 2011년경 "MGP Ingredients"에 인수되어 현재 "Ross & Squibb Distillery"로 운영되고 있다. "Crown Royal"의 경우 "Diageo"가 소유한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Gimli Distillery"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혼합과 병입은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시설에서 수행되고 있다.
2018년, "Diageo"는 "Crown Royal"을 제외한 "Seagram's VO", "Canadian 83", "Five Star" 등의 옛 "Searam"사의 브랜드들을 모두 "Sazerac Company"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