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무역과 플랜테이션 농업의 관계

 11세기 유럽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설탕이라는 기호품을 접하게 된다. 이 기호 식품은 어느 음식에다가 넣어도 맛을 좋게 해주고 열량 또한 높아서 사람들에게 선호되었다.

 

 유럽인들은 그들의 높은 설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설탕의 재배를 추진하게 됐지만 이것을 재배하기 위해 많은 노동력과 비용이 필요했고 재배지 또한 한정적이어서 매우 비쌌다. 이후 17세기 이전까지는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서 자유노동과 노예노동의 혼합 체제 농업을 통한 설탕 재배가 발달했고,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권에서도 흑인노예를 통한 설탕 재배가 이루어 졌다.

 

 

 하지만 17세기 이후 많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이주함으로써 설탕 재배에 알맞은 기후인 서인도 제도와 남미에서 설탕 농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설탕 산업은 사탕수수 베기 – 사탕수수 분쇄 – 수액 짜기 – 수액 달여서 졸이기 – 졸여 만든 농축액 정화하기 – 결정화 작업 – 건조와 같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하는 집약 산업인데, 이 플랜테이션 농업에 강제로 차출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과도한 노동, 불충분한 식사, 질병 그리고 새로운 생활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간 것이다.

 

 본래 체력적으로 약한 인디언들 대신 유럽인들은 강한 체력을 지닌 흑인들에 눈을 돌리게 된다. 플랜테이션 농장주들은 훨씬 더 비쌌음에도 아프리카 원주민인 흑인 노예들을 플랜테이션 농업에 이용하기로 한다.

 

 

 본래 흑인 노예산업의 경우 기원전 1세기부터 발달했다. 이후 아프리카 내에 존재했던 부족들은 계속해서 전쟁을 벌이고, 전쟁에서 승리한 부족은 그들을 노예로 삼았다. 이것이 극한에 달했던 것이 다호메이 왕국 때였다.

 

 16세기 말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다호메이인들은 종족간의 전쟁이 치열해 수많은 포로들이 발생했다. 이 포로들을 포르투갈인들이 신세계에서 필요한 노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값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데려가자 그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노예산업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다호메이 왕국의 수도인 배넹이 노예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영국 상인들은 포르투갈 상인들이 이러한 무역을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후 영국이 항해 조례법을 통해 자국의 무역을 규제하고 나서자, 그때 비로소 영국인들이 국내에서 행해지지 않는 다른 나라들을 통한 서인도제도와의 무역을 밀수의 형태로 행했다. "삼각무역"이 시작된 것이다.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이어졌던 영국의 삼각무역은 두 가지 형태로 발달하였다. 첫 번째는 영국이 아프리카와 신세계를 연결시켜주는 것이었다. 영국 본국의 제조업을 통해 완성된 제품들이 아프리카로 팔려나갔고, 그 대가로 아프리카 노예들을 사서 아메리카 식민지로 갔으며, 아프리카 노예들을 팔고서 아메리카에서 생산되는 기호품들(설탕, 담배)을 자국과 주변국으로 판매해 흘려보내는 것이다.

 

 

 두 번째 형태는 서인도 제도의 당밀(설탕의 액상화)을 북미의 뉴잉글랜드로 수출하고, 뉴잉글랜드에서 당밀을 통해 증류한 럼을 아프리카로 수출하며, 그 이익으로 다시 흑인 노예들을 구매해 서인도 제도로 가는 것이었다.

다시 아메리카에서 이 흑인 노예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플랜테이션을 형성하고 설탕산업을 창출하였다.

 

 그들이 창출해 낸 대부분의 부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그들이 만든 기호품 또한 영국에서 소비되었다. 그리고 영국인들이 만든 생산품들은 다시 아메리카 식민지 노예들에 의해서 소비되었고, 아메리카 식민지는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노예무역에서 얻어지는 영국의 이윤은 당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의 5000%의 이윤율과 비교하면 매우 보잘것 없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무역은 영국의 노예무역에 비하면 덜 중요했다. 그것은 불필요한 상품을 사기 위해 네덜란드의 부를 유출시켰기 때문이다. 영국의 노예무역의 경우에는 영국산 제조상품을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점과 노예무역이 플랜테이션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었다.

 

 18세기 이러한 삼각무역으로 인해서 영국은 급격히 팽창하게 된다. 그들이 신대륙에서 가져온 설탕과 같은 기호품들을 유럽게 팔아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으로 자국의 섬유산업 혹은 면직산업에 투자함으로써 각종 설비들이 발명되었다. 뿐만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서 자본이 투입되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 산업혁명이 발생했다. 노예무역과 플랜테이션 산업이 영국의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