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deloupe
카리브해의 소앤틸리스 제도에 위치한 과들루프(Guadeloupe) 군도는 나비 모양의 섬을 기반으로 6개 이상의 섬을 포함한다. 과들루프의 본섬은 살레(Salée) 강이라고 불리는 좁은 수로에 의해 좌안과 우안으로 분리되어 있다. 두 핵심 섬 중 좌안인 바스 떼르(Basse-Terre)는 과들루프 육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치솟은 봉우리와 활화산 그리고 풍부한 열대 식물과 숲을 자랑한다.
바스 떼르와는 달리 우안의 그랑 떼르(Grande Terre)는 대부분 평평한 석회암 기반 토지로 길게 뻗은 백사장과 엄청난 수의 사탕수수 농장을 자랑한다. 사탕수수 농장은 그랑 떼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플랜테이션 농장의 100%가 사탕수수 재배에 전념했다. 한때는 70개 이상의 증류소가 있었으나 여러 우여곡절 끝에 럼 생산량이 감소하고 증류소가 줄어듦으로써 오늘날에는 9개의 증류소만이 살아남았다.
동일한 프랑스령인 마르티니크와 마찬가지로 과들루프는 진정한 성격의 정직한 럼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들루프의 럼은 주로 갓 수확한 사탕수수를 짜낸 사탕수수 주스로 만들어진다. 떼루아(Terroir)가 풍부한 만큼 확실히 첫 모금은 충분히 기억에 각인된다. 이러한 럼은 또한 섬의 크레올 문화와 깊게 연결되어 있어 독특한 개성으로 가득 차 있다. 밝은 잔디의 파도와 식물성 향 그리고 열대 과일 및 사탕수수 말이다. 전통적인 당밀 럼은 마리 갈랑트(Marie-Galante)와 같은 섬에서 생산되지만 그랑 떼르에 위치한 다무아조(Damoiseau) 증류소에서도 일부 생산된다. 다무아조는 섬에서 가장 큰 증류소로 당밀 기반 럼과 아그리꼴 럼 모두를 생산한다.
섬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요인으로 갓 수확한 사탕수수를 운송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의 아그리꼴 럼은 지역성과 정체성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프랑스의 해외 레지옹이라는 공통점과 유사한 농작물 생산 스타일과 같은 공유된 지위를 가진다. 또한 이들은 최고의 아그리꼴 럼 생산자로서의 인정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럼 시장에서 명예로운 일에 종사해 왔다. 이 명백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과들루프는 마르티니크와 섬의 AOC 시스템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AOC는 마르티니크 고유의 것으로 사탕수수 경작자와 럼 생산자는 사탕수수 재배의 유형, 위치는 물론 발효 및 증류 과정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고 존중해야 한다. 때문에 마르티니크의 럼 생산은 프랑스의 샴페인 생산만큼 엄격한 감시하에 놓이게 된다.
AOC 하에서 운영되지는 않지만 과들루프의 럼 생산자들은 IGP 시스템의 지침에 따라 작업한다. 과들루프는 2015년에 이 지리적 표시를 획득했다. 과들루프의 지리적 표시인 IGP(Indication Géographique Protégée) 는 마르티니크의 AOC와 많은 유사점을 갖지만 생산자에게 보다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한다. 몇 가지 주요 차이점은 과들루프의 생산자는 당밀을 사용할 수 있고 마르티니크의 엄격한 크레올 컬럼 스틸 규정과 비교하여 다양한 유형의 증류기가 사용가능하며 발효 기간과 같은 문제에 대해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Distillerie Damoiseau - Bellevue au Moule
19세기 말 마르티니크 출신의 랭보(Rimbaud)라는 사람이 과들루프 섬 우안, 지금의 르 물(Le Moule) 코뮌에 위치한 벨뷔 위렐(Bellevue-Hurel) 부지에 설탕 공장을 설립했다. 1914년 설탕 공장의 부산물인 당밀을 처리하기 위한 일환으로 증류소를 설립하여 럼을 생산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1920년경 설탕과 럼 생산이 중단되었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시설은 폐쇄되고 버려졌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칼 제조 장인이었던 루이 로랑 다무아조(Louis Laurent Damoiseau)가 과들루프 섬으로 이주했다. 그의 가족들은 정착에 성공했으며 그의 후손 중 한 명인 로제 다무아조(Roger Damoiseau)는 포르 루이(Port-Louis)에 보포르(Beauport) 공장을 설립하여 설탕을 생산했다. 어느 날 그는 변호사 친구인 띠옹빌(Thionville)을 우연한 기회로 만나 벨뷔-위렐의 부동산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당시 설탕 수요의 증가로 공장 확장을 고려하고 있었던 로제는 이를 기회로 여겨 인수를 타진하려고 했으나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때 띠옹빌이 그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그 부동산에 대한 옵션을 요구했다. 그는 띠옹빌에게 콜옵션을 걸었지만 다른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는 공장에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BNP Paribas Anilles-Guyane” 및 “Crédit Guadeloupeen” 은행으로부터 띠옹빌과의 콜옵션을 철회한다면 입찰가의 두 배를 제의 받게 될 것이라 전해 듣는다. 이러한 계기로 로제는 그 공장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며칠 후 그곳을 방문한 그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전 ICAM, IEG의 엔지니어였던 로제는 은행들로부터 약 2억 5천만 프랑을 융자받아 그곳의 시설을 재건했다. 우선 회사를 설립하고 설탕 공장을 운영하며 사탕, 잼, 사탕수수 식초와 같은 다양한 물건을 생산했다. 설탕 생산의 부산물인 당밀 재고가 쌓이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68년 로제 다무아조의 아들인 로제 다무아조 주니어(Roger Damoiseau Jr.)가 증류소를 물려받는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과들루프에 사회경제적 위기가 찾아오면서 회사는 럼 생산 활동에 있어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은 우선 럼을 브로커 또는 도매업자에게 전달한 후 거래처를 찾는 기존의 관행 대신 유통 & 마케팅 과정을 직접 담당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법과 도매업자에게 럼을 벌크로 판매하는 방법을 실행에 옮겼다. 또한 기존의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던 당밀 럼 생산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탕수수 주스 럼 생산 비중을 조금씩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로제 다무아조 주니어의 주도 하에 사업의 방향성을 재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던 회사는 과들루프의 여러 증류소들이 폐쇄되는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아 번영할 수 있었으며, 1980년대 말에는 융자받았던 약 2억 5천만 프랑의 대출을 전액 상환할 수 있었다.
1985년 로제 다무아조 주니어의 아들인 에르베 다무아조(Hervé Damoiseau)와 장-뤽 다무아조(Jean-Luc Damoiseau)가 사업을 계승하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일찍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에르베 다무아조는 병입 과정의 총책임자와 상업 이사를 거친 뒤 1996년 회사의 CEO로 취임했다.
형인 장-뤽 다무아조는 마스터 디스틸러가 되어 증류소의 관리 및 럼의 품질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며 여동생인 산드린 다무아조(Sandrine Damoiseau)가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이후 장-뤽의 두 아들 조나떵(Jonathan)과 디미뜨리(Dimitri)가 사업에 합류했다.
과들루프 섬의 우안인 그랑 떼르에서도 극동쪽에 위치한 다무아조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산지인 바스 떼르에 비해 훨씬 더 평평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보다 독특한 떼루아를 자랑한다. 특히 건조한 기후와 석회암 토양으로 인해 당도 높은 사탕수수를 재배할 수 있다. 다무아조가 소유하고 있는 벨뷔 오 물(Bellevue au Moule)사유지는 약 58헥타르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가지의 품종만을 재배한다. 이는 증류소가 필요로 하는 사탕수수량의 약 20 ~ 30%를 충족시킨다. 빠르면 1월부터 늦으면 8월까지 기계를 통해 사탕수수를 수확한다. 나머지 수요량의 70 ~ 80%는 그랑 떼르의 여러 독립 농부들로부터 구매한다.
과거 그랑 떼르의 지리적 특성상 물레방아를 설치할 수 있는 수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풍차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증류소가 계속해서 현대화됨에 따라 증기기관과 전기가 차례대로 도입되어 생산 시설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다.
약 50cm 길이로 수확된 사탕수수는 트럭을 통해 증류소로 운송되며 무게를 측정한 뒤 굵게 썬다. 굵게 썰린 사탕수수는 다시 4개의 롤러밀에서 잘게 썰린다. 잘게 썰린 사탕수수에서 가능한 한 많은 주스를 추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농업용수를 담가서 세 번째로 압착한다. 매년 약 12,000톤의 사탕수수가 분쇄된다. 완전히 압착하고 남은 사탕수수 부산물인 바가스(Bagasse)는 증류기를 가열하거나 기타 설비의 연료로 활용된다.
여과를 끝낸 사탕수수 주스는 14개의 발효조 중 한 곳으로 펌핑된다. 주로 발효조 바닥에 남은 사탕수수 주스를 다음 배치 발효에 사용하지만 내부의 효모가 잠재적으로 손상된 경우에는 50,000리터당 약 10kg의 외인성 효모를 직접 추가하여 약 24 ~ 36시간 동안 발효시킨다. 발효가 마무리되면서 알코올 도수 약 5 ~ 7%의 사탕수수 와인이 생성된다.
다무아조는 다른 아그리꼴 럼 생산자들과는 달리 내부에 더 많은 플레이트(Plates)를 갖춘 스테인리스 스틸 컬럼 스틸을 사용한다. 총 3개의 컬럼 스틸 중 2개는 내부에 17개의 트레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 1개는 22개의 트레이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컬럼 스틸 3개의 각 상단은 모두 구리로 이루어져 있다.
증류가 마무리되면서 알코올 도수 약 86 ~ 89%의 증류액이 나온다. 알코올의 휘발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펌핑하여 일정 기간 휴지 시킨다. 화이트 럼의 경우 역삼투수를 통해 각각 알코올 도수 40%, 50%, 55%로 가수한 뒤 최대 90일 동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다시 휴지 시킨 다음에 병입 한다. 숙성을 위한 증류액은 통입되기 전 알코올 도수 약 60 ~ 70%로 가수 된다.
“Élevé Sous-Bois”, “Ambre”, “Paille”라 불리는 단기 숙성 럼은 “Foudres”라고 하는 약 10,000 ~ 60,000리터 용량의 거대한 오크통에 3 ~ 6개월간 저장한다. 블렌드의 균질화(Mariage) 과정에서 발현된 색소를 제거하기 위해 가벼운 여과를 거친 후 병입 한다. 숙성 럼 또는 다크 럼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해야 한다. 주로 아메리칸 오크 및 프렌치 오크에 통입하여 숙성고에 안치한다.
- American Oak
- French Oak
- Barrel (190L)
- Ex-Bourbon
- Ex-Cognac
증류소 부지에는 랙(Rack) 및 팔레트(Palletized) 방식이 혼합된 숙성고 세 동이 위치해 있다. 여기에는 약 3,000개의 오크통과 “Foudres”라 불리는 거대한 오크통 15개가 비치되어 있다.
과들루프 내에서의 럼 판매량 약 50%를 차지하는 다무아조는 연간 약 300만 리터 이상의 럼을 생산한다. 전체 생산량의 75%는 카리브해 지역에서 판매되며 나머지 25%는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 약 40개국에 수출된다.
오래전부터 다무아조는 사탕수수를 수확하지 않는 8월 ~ 1월 사이에 과들루프 본 섬과 마리 갈랑트(Marie-Galante) 섬에서 생산된 당밀을 증류해 당밀 럼을 생산해오곤 했다. 1980년 어느 날 당밀 럼의 일부가 그 해 증류된 아그리꼴 럼과 혼합되는 실수가 발생하여 증류소는 곤욕을 치렀다.
2001년 이탈리아의 주류 유통업체인 “Velier”의 CEO 루카 가르가노(Luca Gargano)가 과들루프를 여행하는 동안 흔히 다무아조 증류소라고 불리던 벨뷔 오 물르 시설을 방문했다. 그들은 아그리꼴 럼에 대한 원산지 보호 명칭(AOC)의 필수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1980년 빈티지 배럴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아그리꼴 럼 원액에 일부 당밀 기반의 럼 원액이 혼합된 것으로 상품가치가 없어 증류소 입장에서는 시장에 판매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때 배럴의 샘플을 맛본 루카는 즉시 그 잠재력을 알아보았고, 해당 제품의 전체 재고를 구입하여 1년간 보관한 뒤 2002년에 물을 희석하지 않은 채 병입 하여 시장에 출시했다. 덕분에 벨리에는 “Damoiseau Millésime 1980” 병입을 통해 럼 시장에서의 미래 성공 기반을 닦을 수 있게 되었다.
루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무아조가 그에게 전체 재고를 팔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동일 빈티지의 다무아조 병입이 시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품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다무아조는 이후 여러 번에 걸쳐 그해 생산된 당밀 럼 50%와 아그리꼴 럼 50%를 혼합한 빈티지 제품을 병입 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벨 뷔(Belle Vue) 또는 벨뷔 증류소(Bellevue Distillery)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독립 병입자가 출시한 1998년 빈티지 제품들은 다무아조가 대량으로 생산한 당밀 기반의 럼이다. 유럽에서 제빵용 럼을 위해 원액을 발주했으나 많은 럼 재고를 다른 회사에게 판매하게 되면서 독립 병입자들에도 일부 흘러들어 갔다. 때문에 이름과 관련하여 마리 갈랑트 섬에 위치한 도멘 드 벨뷔(Domaine de Bellevue)와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
Review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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