秩父 (Chichibu Distillery) & 肥土伊知郎 (Akuto Ichiro)
1625년 에도시대 초기, 아쿠토(肥土) 가문은 현재의 사이타마현(埼玉県) 치치부시(秩父市)에 해당하는 부지에 양조장을 설립하고 니혼슈(日本酒)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300년이 흐르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1년에 19대 당주 아쿠토 이소우지(肥土いそうじ)가 양조장을 사이타마현의 하뉴시(羽生市)로 옮겼으며 아쿠토 슈조(肥土酒造)에서 토아 슈조(東亜酒造)로 개명했다. 1946년에 주류 생산 면허를 취득하여 수입 원주 기반의 골든 호스(ゴールデンホース) 위스키를 비롯해 니혼슈, 쇼츄, 리큐르 등을 생산했다.
1980년대 초 회사는 양조장 옆에 하뉴(羽生) 증류소를 설립하고 팟 스틸 2개를 도입하여 자체적인 몰트 위스키 원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은 블렌디드로 옮겨갔기 때문에 연속식 증류기를 구입하여 그레인 위스키 원주도 생산했다. 1990년 과거 자신의 가문이 사케를 생산했던 마을의 이름인 치치부를 자사 위스키 브랜드명으로 사용하여 치치부 위스키를 출시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하뉴 증류소는 위스키 수요의 침체로 인한 경영 부진으로 당국에 민사 재생법을 신청했고 위스키 생산은 중단되었다. 2003년 히노데 츠쇼(日の出通商) 그룹에게 경영권을 양도하여 아쿠토 가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위스키 사업에서 수익성을 볼 수 없던 상황이었기에 히노데츠쇼는 철수를 결단했고 하뉴 증류소가 소유한 위스키 원주를 인수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면 전량 폐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창업자의 손자인 아쿠토 이치로(肥土伊知郎)는 폐기 예정이었던 원주의 맛을 보고는 그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우선 주류 제조 면허를 소유한 후쿠시마의 사사노가와 슈조(笹の川酒造)로부터 협력을 얻어내 숙성고를 임차하는 데 성공했다. 2004년 회사를 나온 그는 벤처 위스키(ベンチャーウイスキー)를 설립하고 다음 해에 하뉴 증류소의 원주를 기반으로 한 몰트 위스키 이치로즈 몰트 빈티지 싱글 몰트 1988(イチローズモルト ヴィンテージシングルモルト1988)을 출시했다. 자금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사사노가와 슈조로부터 양도받은 와인병을 사용하여 병입 했다.
아쿠토 이치로는 자신의 꿈이었던 위스키 증류소 설립을 위해 자금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인수한 약 400통의 하뉴 위스키 원주를 병입 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1985 ~ 2014년의 빈티지를 포괄하는 총 54세트의 카드 몰트 시리즈는 치치부로 하여금 블렌딩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든든한 무기가 되었다.
2006년 위스키 생산 경험이 전무했던 이치로 아쿠토는 가루이자와(軽井沢) 증류소에서 연수를 받았으며, 당시의 몰트 마스터였던 우치보리슈쇼(内堀修省)를 초빙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가와사키(川崎) 증류소의 폐쇄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뉴의 몰트 원주와 혼합할 그레인 원주를 공급받기 위해 재고 몇 통을 구입했다. 하뉴와 가와사키의 블렌드는 나뭇잎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나 이는 치치부 위스키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딴 “Ichiro’s Malt” 브랜드가 되었다. 현재의 이치로즈 몰트는 하뉴의 몰트 원주와 가와사키의 그레인 원주 그리고 치치부의 싱글 몰트 원주를 기반으로 스코틀랜드, 캐나다, 아일랜드의 위스키가 혼합된다.
아쿠토 이치로는 과거 자신의 가문이 사케를 생산했던 치치부시를 증류소 부지로 낙첨했다. 현청의 관리와 원만한 논의 끝에 사이타마현이 소유한 치치부의 공업 단지에 입주할 수 있었으며 토지도 임차할 수 있었다. 2007년 치치부(秩父) 증류소가 설립되었고 다음 해에 위스키 제조 면허를 취득하여 증류를 개시했다. 2011년 치치부 최초의 싱글몰트를 기타 원주와 혼합한 “Chichibu The First”를 출시했다.
2018년 치치부 지역에서 나는 원료만으로 위스키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치치부 증류소에서 400미터 떨어진 부지에 제2증류소를 착공했으며 다음 해에 곧바로 가동했다. 2023년에는 자체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생산을 위해 도마코마이시(苫小牧市) 가시와라(柏原) 동부에 그레인 증류소를 착공했다.
치치부 증류소는 미네랄이 풍부한 오오치가와(大血川) 계곡 수계를 주 수원으로 하며 연수를 사용한다. 초기에는 주로 영국산 보리를 수입하여 사용했으나 현재는 균일된 품질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이타마현에서 계약 재배된 보리와 영국 및 독일산 보리를 혼합하여 사용한다. 지역 보리는 11 ~ 4월 사이에 플로어 몰팅을 실시하여 보리를 직접 발아시켜 몰트를 생산한다. 논 피티드 몰트와 피티드 몰트의 사용 비율은 약 4:1 정도이다.
- England & Germany - Non Peated Malt
- Scotland - Peated Malt (Lightly Peated / Medium Peated / Heavily Peated)
- Saitama(埼玉) - Non Peated Malt / Peated Malt
몰트는 앨런 러독(Alan Ruddock)사의 롤러밀에서 미세하게 분쇄된다. 수작업으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보리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다. 제1증류소는 배치 1회당 약 400kg, 제2증류소는 2톤을 사용한다. 제분이 끝난 몰트는 바로 옆방에 위치한 당화조로 펌핑되며 약 64 ℃의 뜨거운 물을 3회에 걸쳐 투입하여 당화 시킨다. 약 3일간의 당화 과정 끝에 맥아즙(Wort)이 생성된다.
1st Chichibu Distillery
- 2,400L(2,000L) Wooden Top Forsyths Stainless Steel Mash Tun x1
2nd Chichibu Distillery
- 10,000L Forsyths Stainless Steel Mash Tun x1
열 교환기를 거친 맥아즙은 미즈나라 오크로 이루어진 발효조 8개 중 한 곳에 펌핑된다. 맥아즙에 독특한 향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유산균을 통한 안정된 발효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된다. 상업용 증류 효모(Distiller’s Yeast/Pressed)를 제1증류소는 10kg, 제2증류소는 50kg을 투입하여 평균 20 ~ 32 ℃에서 약 60 ~ 80시간 동안 발효시킨다. 효모에 의한 1차 발효와 유산균에 의한 2차 젖산 발효로 이루어진다.
1st Chichibu Distillery
- 3,200L(2,000L) Tohoku(道北) Mizunara Oak Washback x8
2nd Chichibu Distillery
- 15,000L(10,000L) French Oak Washback x5
발효를 마친 워시는 2개의 팟 스틸을 통해 이중 증류된다. 치치부 증류소는 수평의 스트레이트 헤드 형태를 한 팟 스틸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성적이면서 강렬하고 풍부한 스피릿을 생산할 수 있다. 환류구(Reflux Ball)가 없어 비교적 무거운 주질을 표현한다. 거친 초류 부분과 향미물질이 적은 후류 부분은 마스터 디스틸러의 판단으로 상황마다 다르게 컷팅되며 사용 원료 및 발효 상태에 맞게 20초마다 즉각적으로 비교하면서 미들컷을 잡는다. 알코올 도수 약 70% 내외로 한다. 한 주에 10개의 배치, 연간 순수 알코올 약 60,000리터를 생산한다.
1st Chichibu Distillery
- 2,000L Forsyths Straight Wash Still x1 / Steam Coil / Shell-and-Tube Condenser / 5h Distilling
- 2,000L Forsyths Straight Spirit Still x1 / Steam Coil / Shell-and-Tube Condenser / 5h Distilling
2nd Chichibu Distillery
- 10,000L Forsyths Straight Wash Still x1 / Gas Fired Direct Heat / Shell-and-Tube Condenser / 8h Distilling
- 10,000L Forsyths Straight Spirit Still x1 / Gas Fired Direct Heat / Shell-and-Tube Condenser / 6 ~ 7h Distilling
뉴메이크 스피릿은 알코올 도수 약 63% 내외로 가수 되어 통입을 준비한다. 주로 Ex-버번 캐스크를 사용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캐스크를 활용하기도 한다.
- Ex-Bourbon
- Ex-Sherry
- Ex-Port
- Ex-Wine
- Ex-Rum
- Ex-Grappa
- Ex-Tequila
- Ex-Cognac
- Quarter Cask
- American White Oak
- European Oak
- French Oak
- Mizunara Oak
치치부 증류소는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여 은퇴한 쿠퍼와의 협력을 통해 자신들만의 오크통 제조 기술을 연마했다. 이는 “Ichiro’s Malt Wine Wood Reserve”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달걀 모양의 프렌치 오크 캐스크, 표준 캐스크의 1/4 사이즈에 해당하는 치비다루(チビダル) 캐스크, 비어 캐스크 등으로 이어졌다. 미즈나라 오크의 경우 사이타마현에서 자생하는 것을 벌채한 뒤 자연 건조 후 자사의 공장에서 가공한 것을 사용한다. 미즈나라 오크를 취급하는 쿠퍼리지인 제타루 공장(製樽工場)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제1증류소와 제2증류소는 숙성고를 공통으로 사용한다. 더니지(Dunnage) 방식의 숙성고는 제1 ~ 6숙성고로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지어졌다. 벽돌로 된 벽과 흙바닥 그리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되어 있으며 천장이 낮아 최대 4층까지만 오크통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단층 구조는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어 위스키 숙성에 유리하다. 총 12,000여 개의 캐스크가 안치되어 있다. 랙(Rack) 방식의 제7숙성고는 약 18,000여 개의 캐스크를 보관하고 있다.
사이타마현의 기후는 여름에 무척 더운 편이지만 비교적 높은 고도로 인해 수축과 팽창이 더 빨리 반복된다. 연간 약 3 ~ 5%의 증발률을 보인다. 증류소 부지에 병입 설비가 있어 자체적인 병입 공정을 수행할 수 있다. 치치부 위스키는 일본 내에서보다는 유럽 등지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Review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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